한 여름, 여수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에어컨 청소를 시도했다. 그날의 더위는 극도였고, 에어컨의 소음이 마치 울려 퍼지는 산중턱처럼 귀를 찢어주었다. 에어컨을 분해하고 솔직히 말하자면, 그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공구를 다루던 기억이 떠올랐다. 나에게는 그것이 즐거움과 동시에 불안함이었다. 에어컨 내부로 침입한 먼지와 땀방울은 마치 과거의 벗을 만나는 것처럼 따뜻하고도 쓸쓸했다.
에어컨 속에 갇힌 먼지 한 입이,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. 그 속에서 나는 어릴 적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, 우주를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. 먼지가 피부에 감기면서도 그 온기는 나를 즐겁게 향수로운 기억 속으로 이끌었다. 에어컨 속이란 작은 우주 같은 공간에서 내리쬐는 냉기가 아닌 추억의 향기가 스며들었다.
에어컨 청소 후, 그 공간은 먼지 속의 시간 여행기가 끝난 듯했다. 에어컨이 다시 가동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소용돌이쳤지만, 나는 그 안에서 내가 된 것이었다. 여수의 더위 속에서 내게 찾아온 작은 여운은, 에어컨 속의 쓸쓸한 시간 여행에서 왔으며, 공간을 초월하는 추억의 힘이었다.